# 오사카 츠텐카쿠 야경
아날로그의 감성으로
겐로쿠스시를 나온 후, 우리는 난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에비스마치역(恵美須町駅)'으로 갔다.
역에서 나오자 '새로운 세계'를 의미하는 '신세카이(新世界)'의 먹자골목과 '츠텐카쿠(通天閣)'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여러 블로그에서 읽었던 내용과는 달리 '신세카이' 거리는 조금 한산했다. 한산했기 때문에 실망한 것은 아니고,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오사카'란 도시에 걸맞지 않은 한산함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신세카이'는 오사카에서는 비교적 구도심에 속하는 곳이다. 그래선지 도톤보리가 있는 '난바'나 요즘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우메다(梅田)' 지역에 비하면 고층 건물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20세기 초 오사카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 신세카이의 좁은 쇼핑 아케이드 상점가와 츠텐카쿠 전망대
# 신세카이 거리에서
20세기 초 오사카에서 가장 번화했다던 '신세카이'!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찾는 이 별로 없는 한적한 거리가 되었지만, 우리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오사카의 에펠탑'이라 불리는 '츠텐카쿠 전망대'에 오르기 위함이었다.
한적한 '신세카이'의 상점가를 따라 2분여를 걸어가면,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마징가 Z'의 머리 부분과 비슷한 전망대가 우뚝 솟아 있는데, 이 전망대가 그 유명한 '츠텐카쿠'다.
'츠텐카쿠'는 우리나라의 3.1운동이 일어나기 7년 전인 1912년, 당시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았던 64m 높이의 철골 구조로 지어졌다가, 1943년 화재가 발생하고 또 전쟁 때 철을 공급하기 위해 해체된 후, 다시 1956년 103m의 높이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존재하고 있는 '츠텐카쿠'가 바로 1956년에 재 완공된 건물이라고 한다.
오사카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는 꽤 여러 곳이 있다. '우메다' 지역의 '햅파이브 대관람차'와 '스카이 빌딩 공중정원', 오사카역 근처의 '덴포잔 관람차' 그리고 '사카이시청 전망대'가 그런 곳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야경 감상 포인트들을 다 놔두고, 우리가 '츠텐카쿠'를 찾은 이유는 단 하나!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7·8년 전쯤 조카들 때문에 우연히 투니버스 채널에서 방송하는 <짱구는 못 말려 극장판 : 어른 제국의 역습>을 보게 됐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일상에 지친 어른들이 라디오를 통해 전파되는 주파수를 통해 추억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게 되고, 이 일을 꾸민 두 명의 악당(?)은 세상의 모든 어른들을 그들의 추억 속으로 가둬, 지금의 세상을 멸망시키고 자신들이 원하던 과거 추억 속 세상으로 회귀 시키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 <짱구는 못 말려 극장판 : 어른 제국의 역습>의 한 장면 (출처 : 피아노 영화음악 연주하기)
다른 극장판 시리즈와는 달리 선과 악의 대결을 다룬 내용이기보다는 마치 버거운 현실에서 벗어나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기성세대의 진한 향수를 느끼게 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특히 짱구 아버지의 추억 회상 장면과 그 장면에 오버랩돼 흘러나오는 OST는 정말 나에겐 큰 감동이었다.
# 히로시의 회상 (<짱구는 못 말려 극장판 : 어른 제국의 역습> OST)
그때부터 오사카에 가게 되면 나도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아날로그 감성을 꼭 한 번 느껴봐야지 다짐했었다.
그리고 여행 기간이 짧아서 애니메이션 속 '반파쿠 기념 공원(万博記念公園)'의 '태양의 탑(太陽の塔)'에는 가지 못할 것 같아, '츠텐카쿠'에 가는 것으로 '태양의 탑'을 대신하기로 마음먹었다.
티켓을 구입한 후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5층 전망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의 천장 위에는 발바닥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상상 속의 신 '빌리켄(ビリケン)'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 츠텐카쿠 엘리베이터 천장에 그려진 상상 속의 신 빌리켄
# 츠텐카쿠 엘리베이터에서 바라 본 철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5층 전망대는 사람이 별로 없어 한산한 것이 조용히 오사카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딱이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사카의 모습은 '햅파이브 대관람차'나 '스카이 빌딩 공중정원'에서 바라본 풍경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확실히 '츠텐카쿠'를 선택한 건 이 번 여행의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 츠텐카쿠 전망대에서 바라 본 오사카 풍경
# 츠텐카쿠 전망대에서 바라 본 신세카이 상점가 풍경
# 츠텐카쿠 전망대에서 바라 본 덴노지 동물원(天王寺動物園)
# 츠텐카쿠 전망대에서
한여름의 해는 왜 그리도 긴지, 이미 6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밖이 환했다.
나 혼자 만의 여행이었다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 야경을 보고 올 텐데... 아직 어린 조카가 있어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전망대를 내려왔다.
전망대를 내려와 우리가 향한 곳은 오사카 과거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미니어처가 있는 전시실이었다.
'츠텐카쿠'가 세워질 당시 오사카의 모습을 하나하나 관람하는 동안 귓가에 계속 <짱구는 못 말려 극장판 : 어른 제국의 역습> OST '히로시의 회상'이 들리는 듯했다.
# 과거 오사카 모습의 미니어처 전시실
전시실을 나오자 창문 아래로 보이는 '신세카이' 거리에 조금씩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했다.
# 조금씩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한 신세카이 거리
전시실을 나와 우리는 글리코 상을 만난 후, 2층 기념품 매장에 들렀다. 기념품 매장에는 글리코 상과 근육맨이 그려진 과자와 기념품, 일본의 빼빼로 포키를 팔고 있었다.
# 츠텐카쿠 전시실 곳곳에 설치된 글리코 상
# 츠텐카쿠 2층 기념품 매장
# 포키로 만든 츠텐카쿠
# 포키 카페
기념품 매장에서 지헌이가 먹을 과자 몇 개를 구입한 후 우리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에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진실의 입'을 모방한 '빌리켄 진실의 입'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헌이가 '진실의 입'에 손 한 번 넣어 준 후 우리는 옛날 오사카를 운행하던 전차를 응용해 디자인 한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 빌리켄으로 디자인 한 진실의 입
# 츠텐카쿠 출구 통로
밖은 이미 해가 져서 어두워졌다.
토톤보리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신세카이'로 왔을 때 '츠텐카쿠 전망대'에 환하게 빛이 들어왔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를 오사카 아날로그 감성 여행!
여행 전 갑자기 들려온 안 좋은 소식에 이미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심신이 쉴 곳을 찾아, 어쩌면 나도 짱구의 아빠처럼 추억이 가득했던 철없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건 아닐까?
# 신세카이에서 바라 본 츠텐카쿠 야경
# 신세카이 거리에서 츠텐카쿠의 야경을 뒤로하고 지헌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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