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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07 화둥 여행

[중국/쑤저우] 후치우(호구)

# 쑤저우 후치우타

 

중국의 피사의 사탑

 

'한산쓰(寒山寺)'를 나와 우리는 근처에 위치한 '후치우(虎丘)'로 왔다.

 

'쑤저우(苏州)'가 중국의 '베니스'라고 하면, '후치우(호구)'의 정상에 위치한 '후치우타(虎丘塔)'는 동양의 '피사의 사탑'이라 불린다. 그래서 우린 '후치우타(호구탑)'가 도대체 얼마나 기울어져 있기에 동양의 '피사의 사탑'이라 불리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후치우'의 원래 이름은 '하이용산(海涌山)'으로, 산의 모양이 마치 호랑이가 웅크려 앉아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후치우'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후치우'는 춘추시대 오나라의 '허뤼(阖闾)'가 이곳 연못 아래에 묻혀 있는 곳으로,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허뤼(합려)'의 무덤을 만들 때 관 속에 검 3,000개를 함께 묻었다고 한다.

 

이때 묻은 검들 중에는 훗날 명검으로 전해지는 검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진시황'이 이 검들을 차지하고 싶어 자신이 보는 앞에서 도굴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호랑이 한 마리가 뛰쳐나오는 바람에 결국 도굴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그 뒤 이곳에 물이 들어차면서 연못이 되었고, 사람들은 이곳을 '젠츠(剑池)'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40m 높이의 '후치우' 정상에는 '후치우타'가 있는데, 높이가 47.5m이며 수나라 때 지어진 것이다. '쑤저우'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건축물로 몇 차례의 보수공사에도 불구하고 북서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다. '후치우타'가 기울어진 이유로는 탑 밑에 '허뤼'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어 무덤이 탑을 지탱하기 힘들어 지반 침하가 일어나면서 기울고 있다는 전설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 쑤저우 후치우 안내도 (출처 : 8264.com)

 

낮은 구릉성 언덕인 '후치우'의 정문에 도착하자 정상에 우뚝 솟아 있는 '후치우타'가 눈에 들어왔다.

 

# 후치우 입구와 정상의 후치우타

 

'吴中第一山(오나라 제일의 산)'이라 쓰여있는 정문을 통과하니 울창한 나무숲과 '후치우'를 둘러싸고 있는 소운하가 모습을 드러냈다.

 

# 후치우의 울창한 나무숲

 

 

# 후치우를 둘러싸고 흐르는 소운하

 

소운하 위로 놓인 '하이용차오(海涌桥)'를 건너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길을 조금 오르자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마른 우물 '한한취엔(憨憨泉)'이었다.

 

# 후치우 초입의 완만한 오르막길

 

'한한취엔(감감천)'은 양나라의 고승인 '한한(憨憨)'이 목이 말라서 맨손으로 팠다는 샘으로,먼 동자승이 꿈에서 우물 자리를 발견하고 그곳을 파서 나온 물로 눈을 닦으니 눈을 뜨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 오는 곳이다.

 

이제는 물이 말라 우물 터의 흔적만 남아있는 곳이지만, 아름다운 전설이 있는 곳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신기한 '한한취엔'을 지나 우리는 '스젠스(试剑石)'로 자리를 옮겼다.

 

# 후치우의 한한취엔 표지석

 

# 후치우 한한취엔

 

'스젠스(시검석)'은 오나라의 왕 '허뤼'가 '간장(干将)'을 시켜 명검을 만들어오게 하여,명검을 시험하기 위해 바위를 갈랐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바위다. 신기하게도 바위의 중앙에 칼로 깊게 벤 듯한 선명한 칼자국이 지금도 남아다.

 

# 후치우 시검석 표지석

 

# 허뤼가 칼로 벤 자국이 아직도 선명한 스젠스

 

'스젠스'를 보며 갔다 붙이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성격에 새삼 감탄을 한 후 우리는 좀더 올라 '젠츠(剑池)'로 향했다.

 

'젠츠(검지)'로 들어가는 문 앞에는 넓고 평평한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 바위가 바로 '첸런스(千人石)' 또는 '첸런쭤(千人坐)'라 불리는 바위다.

 

'첸런스(천인석)'에는 두 가지의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하나는, '허뤼'가 화살을 맞은 후유증으로 죽자, 그의 아들 '푸차이(夫差)'가 이곳에 왕릉을 만들었다. 그리고 '푸차이(부차)'는 무덤에 대한 비밀을 지키고자 공사를 했던 인부 1,000명을 '첸런스' 위에서 죽여 지금도 바위 색깔이 인부들의 피로 물들여져 붉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때 죽은 사람이 1,000명 이란 이유에서 '첸런스'란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양나라의 고승 '따오셩(道生)'이 이곳에서 설법을 하자 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전설이 전한다고 하여 '첸런스'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설화 중 첫 번째 설화에 더 신빙성을 느끼며, 우린 '젠츠'를 구경하기 위해 이동했다.

 

'젠츠'는 기원전 496년 '허뤼'를 묻을 때 같이 묻었다는 전설의 어장검 등 명검 3,000자루가 있는 곳으로, '첸런스'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후치우젠츠(虎丘剑池)'라고 쓴 큰 글자가 인상적인 곳이다.

 

'젠츠'는 밖에서 볼 때완 다르게 사람이 많았다. 좁은 공간에서 까딱 잘 못했다간 미끄러질 것 같아, 우린 '후치우타'로 가는 길에 위에서 구경하기로 하고 '젠츠'를 빠져나왔다.

 

# 후치우 첸런스와 젠츠 입구

 

'첸런스'를 나와 비교적 가파른 언덕을 조금 오르니 '후치우타'가 약간 기운 상태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탑 근처에서 찍으면 한 화면에 다 담지 못할 것 같아 사진 한 장 남긴 후 우린 '젠츠'를 내려다 보기 위해 '솽징차오(双井桥)' 위로 올라갔다.

 

# 후치우타

 

# 후치우타를 배경으로

 

'솽징차오(쌍정교)'는 '젠츠'의 위쪽으로 난 다리다. 다리의 한 가운데에는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 두 구멍이 '솽징(双井)'이다. 그리고  '솽징(쌍정)' 구멍을 통해 '젠츠'의 물을 퍼 올렸다고 한다. 지금은 물이 굉장히 탁한데, 예전에는 '젠츠'의 물이 맑아서 '시스(西施)'가 거울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젠츠' 위로 난 '솽징차오(쌍정교)' 위에서 내려다 본 '젠츠'는 매우 협소한 협곡 모양으로 바닥에는 물이 고여 연못이 생겼고, 연못 안에는 비단잉어가 헤엄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전설과는 달리 물빛오염이 되었는지 매우 탁해 보였다.

 

# 후치우 솽징차오의 솽징

 

 

# 솽징차오 위에서 바라본 젠츠

 

사람들이 계속 몰려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우린 '후치우'의 정상을 향해 가던 길을 계속 갔다.

 

'후치우'가 워낙 낮은 산이다 보니, 정상까지 가는데는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정상에 오르니 '후치우'의 상징인 '후치우타'가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아있었다.

 

'후치우타'의 원래 이름은 '윈옌쓰타(云岩寺塔)'로, 일반적으로 '후치우' 정상에 세워져 있다고 해 원래 이름인 '윈옌쓰타(운암사탑)'이란 이름보단 '후치우타'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후치우타'는 돌로 만든 7층 불탑으로, 지진으로 인해 기울어지는 바람에 동양의 '피사의 사탑'이라고 부른다.

 

고개를 약간 기울여 '후치우타'를 바라본 후 짧은 등산을 마치고 우리가 올라왔던 코스의 반대편 쪽으로 내려왔다.

 

# 후치우타 표지석

 

# 후치우 정상에서 바라본 후치우타

 

내려오는 길은 108개의 계단 때문인지 올라오는 길보다 경사가 가팔랐지만, 거리는 훨씬 짧았다.

 

천천히 조심해서 계단을 내려오니 '샤오우탕(小武堂)'이 나왔다. 지금까지 '후치우'에서 본 것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물이었다.

 

# 후치우의 샤오우탕

 

'샤오우탕(소무당)'을 지나 '후치우'를 둘러싸고 흐르는 소운하 위로 놓인 '중허차오(中和桥)' 위에서 사진 한 장 남긴 후, 건너편으로 건너와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을 위태롭게 버텨온 아름다운 '후치우'와 '후치우타'를 눈 속에 담았다. 그리고 등산으로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식당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쑤저우'에서의 오전 일과를 마쳤다.

 

많은 전설과 역사가 깃든 '후치우'!

 

안타깝게도 '후치우'는 아직까지 세계유산으로 신청만 되어 있을 뿐 지정은 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는 역사적 사료보다는 전설이 많기 때문이라나! 그래도 '쑤저우'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난 주저 없이 '후치우'를 추천한다. 왜냐하면 '후치우'는 사연이 많고, '허뤼'·'푸차이'·'시스(서시)'·'진시황' 등 춘추전국 시대 난세 영웅들의 활동 배경이 된 곳은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 후치우의 중허차오(중화교)에서 바라본 운하 풍경

 

# 중허차오 위에서 소운하를 배경으로

 

# 후치우 출구에서 바라본 샤오우탕과 후치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