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저우 페이라이펑 (출처 : 携程旅游攻略)
인도 승려 후이리의 흔적을 찾아서
언 몸도 녹이고 주린 배도 채울 겸 우린 '시후(西湖)' 호숫가 주변의 한 중식당으로 들어갔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한국인들이 비교적 많이 찾는 식당 같았다.
일단 가이드를 해주고 있는 민박집 주인 아들의 추천으로 '둥포러우(东坡肉)'와 '마포또우푸(麻婆豆腐)', 어르신들의 입맛을 고려해 콩나물무침과 오이무침, 그밖에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중국요리 몇 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수학쌤께서 지난 '둥베이(东北)' 여행 때 홀딱 반했던 '탕추러우(糖醋肉)'를 추가로 주문하셨다.
처음 먹어 본 '둥포러우(동파육)'는 마치 우리나라의 '삼겹살 간장 조림'이나 '장조림' 비슷한 맛이 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고기를 그닥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별로, 하지만 '탕추러우(탕수육)'은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 시후 호숫가의 한 중식당에서
# 둥포러우 (출처 : 每日新闻网)
#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은 탕추러우
맛있게 점심을 먹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시후(서호)'를 출발해 빗길을 달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항저우(杭州) 시후구(西湖区)'에 위치한 '링인쓰(灵隐寺)'였다. 우린 '링인쓰(영은사)'로 가기 전 우선 '페이라이펑(飞来峰)'에 들리기로 했다.
'링인쓰'에서 가장 유명한 '페이라이펑(비래봉)'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209m의 봉우리다. 인도의 승려 '후이리(慧理)'가 이곳으로 날아왔다고 해서 '페이라이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페이라이펑'에는 10-14세기경에 만들어진 석각조상 330여 개가 산을 따라 조각되어 있는데, 그중 송대의 '미륵 좌상'이 가장 유명하다. '페이라이펑'의 석굴조각들은 중국 강남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고대 석굴 예술을 보여주고 있어 그 가치가 더 높다고 한다.
# 항저우 페이라이펑 표지석
# 페이라이펑의 백미 송대 미륵 좌상 (출처 : 老百晓在线)
우리는 일단 표지석 앞에서 '페이라이펑'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들은 후 천천히 '페이라이펑' 주변을 산책했다.
# 페이라이펑 표지석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높은 절벽의 수많은 조각상들을 바라보며, 이 조각들을 새기기 위해 고생했을 당시의 석공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석조상들을 사진에 담은 후, 우린 더 안쪽으로 이동했다.
# 페이라이펑의 석각조상
# 페이라이펑의 석각조상 앞에서
'페이라이펑'의 백미라 일컫는 송대 '미륵 좌상'이 나왔다. 우산을 뒤로 젖히고 좌상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인들은 왜 이렇게 모든 걸 크게 만들어 사람들을 고생시키는 걸까? 난 하나같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미륵 좌상'들의 얼굴 표정을 보며 그들의 미소 뒤에 감춰진 석공들의 고단함에 새삼 마음이 숙연해졌다.
# 페이라이펑의 송대 미륵 좌상 전경 (출처 : 纵览新闻)
# 페이라이펑의 송대 미륵 좌상 중 하나
# 송대 미륵 좌상 아래 새겨져 있는 취경 행렬 조각
# 고승취경고사조조 안내석
송대 '미륵 좌상' 감상을 마치고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마치 미로 같은 석굴 '통텐동(通天洞)'이 나타났다. '통텐동(통천동)' 안쪽으로 들어오니 천장 위로 조그만 구멍이 나있었고, 그 구멍 사이로 빛이 들어와 석굴 안을 밝히고 있었다. 우린 구멍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의지해 '통텐동'을 산책한 후 밖으로 나왔다.
비록 짧은 시간의 '페이라이펑' 산책이었지만, 훌륭한 종교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는 비로 다운되었던 마음을 업 시킨 후 본격적으로 사찰을 둘러보기 위해 '링인쓰'로 향했다.
# 페이라이펑 석굴 통텐동의 천장 구멍
# 페이라이펑 통텐동 출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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