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hina/'07 화둥 여행

[중국/항저우] 시후(서호)

# 시후 10경 중 하나인 싼탄인위에

 

비 내리는 겨울 호수에서

 

옛말에 "上有天堂,下有苏杭。(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 '쑤저우(苏州)'와 '항저우(杭州)'는 매우 아름답고 깨끗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래서 우린 둘째 날과 셋째 날 여행지로 '항저우'와 '쑤저우'를 관광하기로 했다. 우선 둘째 날의 목적지는 '항저우'로, '상하이'에서 약 2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전날 우리를 태우고 다녔던 멘빠오처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린 차에 올라 본격적인 '화둥(华东)' 여행을 시작했다.

 

복잡한 '상하이'의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려 아름다운 호수의 도시 '항저우'에 도착했다. 확실히 '항저우'는 전에 내가 가봤던 그 어떤 도시들보다도 깨끗했다.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 비가 내린다는 것! 어차피 겨울의 '화둥' 지방은 우기에 접어든다는 것을 알고 온 상태이기 때문에,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가 그다지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비 내리는 '항저우'의 도심을 빠져나와 우리가 도착한 곳은 봄·여름·가을·겨울·비 내리는 날·맑은 날·흐린 날·아침·점심·저녁 모두 그 운치가 다르다는 아름다운 호수 '시후(西湖)'였다.

 

 

'시후(서호)'는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시(杭州市) 시후구(西湖区)'에 위치한 호수로, 2,000년 전에는 '첸탕장(钱塘江)'의 일부였다가 진흙 모래가 쌓이면서 남과 북쪽에 있는 '우산(吴山)'과 '빠오스산(宝石山)'을 막아 형성된 담수호이다. '시후'는 3개의 제방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각각 '쑤띠(苏堤)', '바이띠(白堤)', '양공띠(杨公堤)'로 나뉘어 있다. 중국에 '시후'라는 이름을 가진 호수가 800개가 될 정도로 아주 많은데,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항저우'의 '시후'다. '시후'옛날 중국 미인 중 한 명인 '시스(西施)'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한다.

 

우리는 '시후'의 '쑤둥포지넨관(苏东坡纪念)' 앞에서 내렸다.

 

 

비가 내려 산책하기에는 좀 춥고 불편했지만, 비가 내리는 '시후'는 또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아름답다고 하기에 우린 우산을 하나씩 챙겨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했다.

 

우리의 '시후' 산책은 '쑤띠(소제)'의 표지석 앞에서 시작을 했다.

 

송나라 초 중국의 유명한 시인인 '쑤둥포(소동파)'가 '항저우'에 임명되어 왔는데, 당시 '항저우'의 백성들은 가뭄으로 웃자란 수초들 때문에 물 대기가 힘들어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쑤둥포'는 호수 바닥에 침전된 진흙을 모두 파내게 했는데, 이것이 기존의 '바이띠(백제)'보다 세 배는 더 길고 넓었다. 이게 나중에 '쑤둥포'의 성을 따서 '쑤띠'가 되었다.

 

# 시후 관광 안내도와 안내판

 

# 쑤띠 표지석

 

'쑤띠 표지석'을 지나 조금 더 '시후' 쪽으로 들어오니, 하늘을 바라보며 비를 맞고 서 있는 '쑤둥포' 석상과 '쑤둥포지넨관(소동파기념관)'이 나왔다. 비도 피할 겸 들어가서 관람을 한 번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갈 길이 바빠 석상 앞에서 인증샷만 찍은 후 우린 배를 타기 위해 '쑤띠'를 조금 걸어 근처에 위치한 '화깡마터우(花港码头)'로 직행했다.

 

# 쑤둥포 석상과 쑤둥포지넨관(석상 뒤)

 

# 쑤둥포 석상 앞에서

 

비 오는 날의 '시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좋았다. 처음 '시후'에 왔을 땐 여름이었는데, 날이 맑아 관광객들이 많아 결국 유람선을 타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고맙게도 비가 내리는 덕택에 기다림 없이 바로 유람선을 탈 수 있었다.

 

 

다행히 호수다 보니 비가 내려도 물결은 잔잔했다.

 

유람선을 타고 있는 내내 호수 수면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마치 맑은 실로폰 연주를 듣는 것 같았다. 워낙 사람이 없어 커다란 호수 위에 떠있는 배라곤 우리 일행과 관광객 몇 명이 탄 배 10여 척뿐, 그래선지 시야가 선명하진 않았지만 '시후'의 전경이 우리의 눈앞에 넓게 펼쳐져 있었다.

 

 

# 유람선에서 수학쌤 가족들과

 

# 유람선에서 바라본 화깡마터우(화항부두) 풍경

 

유람선을 타고 가며 내가 바라본 비 오는 날의 '시후'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처음 배를 탔을 땐 그저 듣기 좋았던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어느새 고요하기만 하던 내 마음을 조금씩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별다른 이유도 없이 마음이 심숭생숭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호수 수면 위의 빗방울로 인한 파문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심경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흐린 날씨에 춥고 비가 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고개를 들어 넓은 '시후'를 바라보니 '레이펑타(雷峰塔)'가 눈에 들어왔다.

 

# 시후의 레이펑타

 

'레이펑타(뇌봉탑)'는 백사전 전설로 유명해진 탑으로, 백사가 허선을 살려내려다 '레이펑타'에 갇혔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원래는 8각형 5층의 벽돌과 나무로 지어졌으나 목조부는 명대에 방화로 소실되고, 남아 있던 벽돌도 병을 물리친다는 속설에 수많은 사람들이 빼가면서 훼손되었다고 한다. 1924년에는 남아있던 탑마저 모두 무너져버렸고 지금의 탑은 2002년에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 유람선에서 바라본 시후와 레이펑타

 

# 시후에서 유람선을 타고 있는 관광객들 풍경

 

빗줄기 속에서 유람선을 타고 10여 분을 더 가 우린 작은 섬에 도착했다. '시후'의 호수 가운데 위치한 섬 '싼탄인위에(三潭印月)'였다.

 

 

'싼탄인위에(삼담인월)'는 '샤오잉저우(小瀛洲)'라고도 부른다. 섬에는 정자가 뒤섞여있고, 둑을 쌓아 만든 산이 있으며, 이 산과 연못을 절묘하게 배치해 놓았다. 섬 앞에는 3개의 석탑이 세워져있는데, 밝은 달이 하늘에 떠 있을 때면 탑 안에 촛불을 밝혀, 수면 위에 비친 불빛이 아름다운 '싼탄인위에'의 풍경을 만든다고 한다.

 

# 싼탄인위에의 연못 풍경

 

우리는 잠시 배에서 내려 '싼탄인위에' 산책에 나섰다. 빗길에 어르신들이 미끄러지지는 않으실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어르신들께서도 좀 걷고 싶다고 하셔서 우린 천천히 '싼탄인위에'의 여기저기를 산책했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을 걷는 듯한 느낌으로 '싼탄인위에'의 곳곳을 둘러보다 보니 돌아갈 배 시간이 다 되었다. 서둘러 사진을 찍은 후 우린 다시 '화깡마터우'로 돌아오기 위해 배에 올랐다.

 

 

 

# 시후의 싼탄인위에 풍경

 

# 싼탄인위에에서 수학쌤과

 

 

 

 

# 시후의 싼탄인위에 풍경

 

# 싼탄인위에에서 바라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시후 10경 중 하나인 레이펑시자오(雷峰夕照, 뢰봉석조)

 

 

# 시후의 싼탄인위에 풍경

 

# 시후 10경 중 하나인 싼탄인위에 풍경

 

왔던 길을 되돌아 '화깡마터우'로 왔다. 그 사이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우린 추운 날씨에 어르신들께서 혹여 감기에 걸리시지는 않을까 걱정이되어 '시후' 관광을 끝내고,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의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인 '룽징차(龙井茶)'로 유명한 '룽징(龙井)' 쪽으로 이동했다.

 

혹시라도 '시후'를 방문하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난 비 오는 겨울의 '시후'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사람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도 비 오는 날의 '시후' 풍경이 내겐 너무 조용하고 운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 시후를 떠 다니는 대형 유람선

 

# 시후 10경 중 하나인 쑤띠춘샤오(苏堤春晓, 소제춘효)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