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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17 산인 여행

[일본/요나고] 돗토리 사큐에서 사카이미나토역 가는 길 ② : 요괴 열차

# 요나고역 0번 승강장에 정차 중인 요괴 열차

 

환상세계로의 여행

 

'코난 기차'를 타고 왔다는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난 '요나고역 0번 승강장'에서 <게게게의 기타로(ゲゲゲの鬼太郎)>를 테마로 한 '요괴 열차'를 만나게 되었다.

 

<게게게의 기타로>는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 원작의 만화이자 T.V 애니메이션으로 우리나라에선 투니버스에서 <요괴인간 타요마>란 제목으로 방영이 되었었다.

 

# 극장판 <게게게의 기타로 : 일본폭열(ゲゲゲの鬼太郎 : 日本爆裂)> 포스터 (출처 : Amazon.co.jp)

 

<게게게의 기타로>의 작가인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이 '사카이미나토'여서 '요나고역'과 '사카이미나토역'을 운행하는 JR사카이선 열차 중 일부를 '요괴 열차'로 운행하고 있는데, 우리는 운이 좋아 한꺼번에 두 개의 테마열차를 탈 수 있었다.

 

# <게게게의 기타로> 오프닝 주제가 - 히카와 키요시(氷川きよし) (출처 : youtube)

 

늦은 오전부터 이른 오후까지 단 두 군데 밖에 돌아다니지 않았는데, '요나고역'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서산 너머로 조금씩 숨기 시작했다.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사카이미나토'에서 저녁을 먹기 힘들 것 같아, 열차 시간을 확인한 후 재빠르게 '0번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 요나고역 JR사카이선 열차 시간표

 

'0번 승강장' 근처는 어둠침침한 것이 어딘지 모르게 스산함 마저 느껴졌다. 이 스산함이 난 왜 이렇게 설레는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요나고역 0번 승강장 입구

 

하루 종일 '돗토리역'에서 기차를 잘 못 탄 것 빼곤 운이 좋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하루 종일 운이 좋으려고 기차를 잘 못 탔던 건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기차를 잘 못 타는 바람에 '코난 기차'를 탈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0번 승강장'에는 분홍색과 녹색의 '요괴 열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0번 승강장에 대기 중인 사카이미나토행 JR사카이선 요괴 열차

 

"헐~! 대~박!"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이제 JR사카이선을 탈 기회가 지금 '사카이미나토'로 갈 때와 다음 날 '요나고공항역'으로 갈 때 두 번 밖에 남지 않아, 사실 '요괴 열차'를 탈 수 있을 거란 꿈은 접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이거 타는 거 맞지?"

 

이모가 기차에 타도되냐고 물으시길래, 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했다. 그리고 '요괴 열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 요나고역 0번 승차장에 대기 중인 요괴 열차

 

# 요나고역 0번 승강장에서 요괴 열차를 배경으로

 

# 요괴 열차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요괴 열차' 사진을 찍는데 정신을 팔린 나머지 '0번 승강장'이 뒤늦게야 내 시야에 들어왔다.

 

마치 <해리 포터>에 나오는 '런던 역 9와 3/4 승강장'을 연상시키는 '0번 승강장'에는 여기저기에서 요괴들이 승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 요나고역 0번 승강장

 

# 요나고역 0번 승강장에서

 

기차가 출발할 것 같다며, 엄마가 빨리 타라고 재촉을 하시는 바람에 결국 '요나고역 0번 승강장'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기차에 탑승했다.

 

'요괴 열차'는 기차의 안쪽도 환상적이었다.

 

이전까지 타봤던 테마열차들은 대부분 기차의 겉 부분만 도색해 안에서는 테마열차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던 반면, '요괴 열차'는 기차의 천장과 좌석까지도 요괴 그림으로 꾸며놓아, 이것이 진정한 테마열차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요괴 열차 천장

 

# 요괴 열차 내부 풍경

 

# 요괴 열차에서

 

엄마와 이모가 창피하시다며 사진 좀 그만 찍고 빨리 앉으라고 하셔서, 일단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드디어 '요괴 열차'가 '사카이미나토역'을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 요나고역에 정차 중인 요괴 열차에서

 

바깥은 어느새 해가 지고 깜깜해졌다. 조금을 달리니 이제는 도시의 불빛들도 사라지고, 기차는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암흑 속을 우리와 요괴들을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현실 세계에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처럼...

 

여기서 'JR사카이선 요괴 열차' 타는 Tip. 하나!

 

낮에 타는 '요괴 열차'도 괜찮았겠지만, 역시 요괴를 테마로 한 열차답게 밤에 타는 '요괴 열차'가 더 환상적이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혹시라도 '산인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해가 지고 난 후에 '요괴 열차' 타는 것을 강추합니다. 그래서 우리처럼 요괴와 함께 환상의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을 꼭 받으시길 바랍니다.

 

'요나고역'을 출발해 40여 분을 달리자 다시 환한 불빛이 기차 창문을 뚫고 비치기 시작했다. '사카이미나토역'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는 한밤 조금은 서늘하고 몽환적인 환상여행을 마치고 기차에서 내려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 요괴 열차 앞 칸 천장

 

# 환상여행을 마치고 사카이미나토역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고 있는 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