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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17 산인 여행

[일본/돗토리] 돗토리 사큐(돗토리 사구)

# 돗토리 사큐

 

마음을 비우고 싶다면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땐 티 없이 맑은 하늘이나 짙푸른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과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 지쳐 하루가 길게만 느껴질 때 즈음 과감하게 모든 일을 내려놓고 훌쩍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 셋째 날 '사카이미나토역'에서 기차를 타 '요나고역'에서 '돗토리행' 기차로 갈아탄 후, 다시 '돗토리역'에서 버스를 타고 어렵사리 찾아간 그곳은 '돗토리 사큐(鳥取沙丘)'!

 

 

초가을, 내리쬐는 햇볕이 따가운 넓은 주차장을 통과해 '돗토리 사큐' 초입에 들어선 순간, 내 시야에 들어온 건 푸른 하늘과 높은 모래언덕이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미 건너편 모래언덕 정상에 올라가 있었다.

 

# 사구 회관과 주차장

 

# 돗토리 사큐 표지석

 

# 돗토리 사큐 입구

 

# 돗토리 사큐 입구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어느 순간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일상은 바뀌지 않는데 업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때를 같이 해 주변의 몇몇 사람들의 무 배려에 마음의 상처는 점점 깊어만 갔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홀로 천안이라는 타지에서 고군분투한 시간이 7년, 이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자신의 업무인데도 하기 싫어 나 몰라라 남에게 떠 맡기는 동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뒤에서 헐뜯는 선배, 분명 자기 자식이 잘못했는데도 남 탓으로만 돌리려는 부모들...

 

소심한 내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러한 상황의 반복이 내 목을 조여왔다.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대책도 없이 난 10여 년의 교직생활을 과감히 접었다. 그리고 외롭고 고달파서 생긴 응어리진 마음들을 풀어 놓을 곳이 필요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돗토리 사큐' 초입에 오르니 높고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 그리고 모래 언덕 너머 보일 듯 말 듯 한 동해 바다를 보니, 그동안의 응어리져있던 마음속 채증들이 조금씩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 초입 정상에서 바라본 돗토리 사큐 풍경

 

# 돗토리 사큐 초입에서 엄마

 

# 이미 돗토리 사큐를 오르고 계신 이모

 

나는 가파른 '돗토리 사큐'를 오르며 마음 깊은 곳에서 나를 짓누르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비워내기 시작했다. 마음 속의 것을 하나씩 비워낼 때마다 사구의 정상도 한 걸음 한 걸음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 돗토리 사큐로 내려가면서 올려다 본 사구 초입 풍경

 

# 돗토리 사큐를 오르다가 이모 사진 한 컷

 

 

 

 

# 돗토리 사큐를 오르며

 

그리고 도착한 '돗토리 사큐'의 정상!

 

# 돗토리 사큐 정상에서 바라본 사구 초입 풍경

 

예전 L사의 탄산음료 광고 카피가 떠올랐다.

 

"어느 것이 하늘빛이고, 어느 것이 물빛인가?"

 

짙푸른 하늘과 짙푸른 바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수평선은 푸른빛의 향연으로 그 경계가 모호했다.

 

 

# 돗토리 사큐 정상에서 바라본 푸른 동해바다와 맑은 가을 하늘

 

# 돗토리 사큐 정상에서 동해를 배경으로

 

# 돗토리 사큐 정상에서 동해를 배경으로 이모

 

높은 가을 하늘 위를 두둥실 떠다니는 새하얀 구름에 내 마음의 근심을 띄워 보내고 머릿속이 하얗게 될 때까지 동해를 바라봤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던 편두통도 사라진 것 같다. 오래간만에 마음이 편안했다.

 

나를 아는 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부끄러움은 바다에 던져버리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거야!"

 

# 돗토리 사큐 정상을 오른 후 돌아오고 계신 이모

 

# 돗토리 사큐 정상에서 돌아와서

 

그렇게 한바탕 소리를 지른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구를 내려와 세족장에서 몸과 마음의 괴로움을 털어내듯 모래를 털어냈다.

 

 

# 돗토리 사큐 세족장

 

사람들은 살면서 누구나 마음속에 괴로움을 한둘쯤은 가지고 산다. 그리고 괴로움이 심해지면 마음의 병이 생긴다. 요즘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잠깐의 시간이라도 내서 떠나자! 아름다운 자연의 광활함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