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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16 쓰촨 국제교류

[중국/충칭] 차오텐먼(조천문)

# 충칭 차오텐먼에서 바라본 자링장 풍경

 

충칭이 자링장과 창장 사이에 내민 혀끝에 서서

 

어제 마신 술로 머리가 너무 아파 일찍 잠에서 깼다. 오늘은 충칭으로 다시 가서 쓰촨 여행의 마지막 일정을 보내는 날이다.

 

샤워를 한 후 짐을 싸고 나니 조식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속이 너무 안 좋아 조식은 건너 뛰고 방을 정리한 후 짐을 챙겨 호텔 로비로 나왔다. 로비 소파에 앉아 쓰린 속을 달래고 있는데, 슬슬 선생님들께서 한 분씩 내려오셨다.

 

# 수이닝 밍싱캉니엔호텔 로비에서

 

우리는 픽업을 나오신 '수이닝시 제2중학교' 왕 선생님의 차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예상을 못 했던 건 아니지만, 학교 정문은 이미 헤어짐이 아쉬운 학생들로 인해 울음바다가 되어 있었다. 이 아이들이 이틀간의 홈스테이로 정이 많이 들었구나 생각하니 나도 코 끝이 찡해졌다.

 

아쉬움도 잠시, 다음 일정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기에 우리를 태운 버스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학교를 출발했다.

 

'비록 이틀이었지만, 그래도 정들었던 '수이닝시 제2중학교'의 선생님들과 학생들 항상 건강하세요! 그리고 수이닝시야! 언제 다시 또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오게 될 그날까지 잘 있어라!'

 

 

# 울음바다가 되었던 눈물의 환송식 풍경

 

차가 막혀 예정 시간 보다 조금 늦게 충칭 푸리호텔에 도착했다. 우선 방에 짐을 풀어 놓고 점심을 먹기 위해 충칭 시내로 나왔다.

 

점심은 오늘의 첫 방문지인 '차오텐먼(朝天门)'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한 중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자링장' 강변도로를 따라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식당은 역시 패키지여행객들을 위한 단체 식당이었다.

 

어제 마신 술로 속이 안 좋다 보니 얼큰한 국물을 마시고 싶었는데, 얼큰한 국은커녕 점심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식당 안에 들어서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음식은 온통 중국 현지식!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순두부찌개 같은 허여멀거리 한 탕이 있길래,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그냥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먹었다는 것!

 

 

 

 

 

# 차오텐먼 가는 길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먹은 음식들

 

겨우 속 쓰림만 면할 정도의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버스를 타고 1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차오텐먼뤼여우마터우(朝天门旅游码头)'였다.

 

# 차오텐먼뤼여우마터우(조천문유람선부두) 표지판

 

# 차오텐먼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창장과 차오텐먼뤼여우마터우 9터미널

 

부두로 난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니 '자링장'과 '창장'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위치한 '차오텐먼'이 나타났다.

 

 

'차오텐먼'은 맑은 '자링장'과 혼탁한 '창장'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은 이곳을 '충칭의 혀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 자링장과 창장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위치하고 있는 차오텐먼뤼여우마터우 2, 3터미널

 

'충칭'의 중심지인 '차오텐먼'은 과거 충칭 성곽의 17개 성문 중 하나로 남송 시기 황제의 어지가 '창장'을 거쳐 이곳에 이르면서 '차오텐먼'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차오티엔먼'은 '자링장'과 '창장' 두 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밤이면 아름다운 강변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낮에 이곳을 방문해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지는 못했다.

 

# 차오텐먼 아치형 문 앞에서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있는 학생들

 

'차오텐먼'에 도착해 거대한 아치형 문을 통과해 계단을 올라가니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 창장 방면의 차오텐먼광장 풍경

 

광장으로 나와 두물머리, 충칭의 혀끝 부분으로 가 거센 물살을 일으키며 흐르고 있는 두 줄기의 강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겨울이라 맑은 '자링장'과 혼탁한 '창장'이 한데 섞이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 두물머리인 양수리와 비교해 봤을 때, 그 웅장한 모습에 어딘지 모르게 강한 기운과 굳센 의지가 솟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차오텐먼광장에서 바라본 충칭 풍경

 

어제까지 난 어떻게 하다가 내가 여기 중국 내륙까지 오게 된 건지, 그리고 지금 난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 머리가 복잡했었다.

 

올해 난 가뜩이나 많은 업무량에 남들 다 쉬는 점심시간조차 쉬지 못하고, 옆 학교로 수업 지원을 가는 날도 수업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복귀해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일을 처리해야 했다.

 

제대로 쉬지를 못하다 보니 피로는 날로 쌓여만 갔고, 결국 몸이 아파 일찍 퇴근해 쉬고 싶어도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을 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우리 학교가 국제교류 학교로 선정이 되었고, 국제교류 관련 업무는 결국 내 차지가 되고 말았다.

 

난 너무 많은 업무량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어디론가 도망을 치고 싶었다.

 

말수는 점점 적어졌고, 몸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했다. 주말이 되면 서울 본가에서 쉬었다 가곤 했는데, 서울 본가로 가는 회수도 줄었다. 누군가에게 속에 있는 얘기를 털어놓고 싶었지만, 서울 토박이었던 나에게는 천안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 같았던 나에게 '차오텐먼' 앞의 거세게 흐르는 두 줄기 강물은 그동안 어지러웠던 머릿속을 조금이나마 비울 수 있는 시간을 내주었다.

 

거센 강의 물줄기에 날 괴롭히던 복잡한 생각들을 흘려보내며 '차오텐먼광장'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 사이 아이들이 사진 좀 찍어달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준 후, 복잡했던 머릿속을 비울 수 있게 시간을 내준 '차오텐먼'을 기억하기 위해 나도 아이들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었다.

 

# 마치 옛날 잡지의 표지 사진처럼

 

 

# 차오텐먼 광장 끝자락에서 창장과 자링장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마치고 우린 다음 목적지인 '어링꽁위엔(鹅岭公园)'으로 가기 위해 '차오텐먼'을 나왔다.

 

# 차오텐먼광장에서 바라본 창장과 부두 풍경(강 건너 시계탑이 인상적임)

 

# 차오텐먼광장을 내려오며 창장과 부두를 배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