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토 킨카쿠지 샤리덴
미조구치가 불을 지른 이유는?
가와라마치역에서 12번 버스를 타고 우리는 '킨카쿠지(金閣寺)'로 향했다.
우메다역 환승통로에서 길을 헤매서인가 버스에 타자마자 긴장이 풀렸다.
'킨카쿠지'로 가는 12번 버스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이미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대부분이 외국인들인 것으로 보아 다들 우리와 같은 곳으로 가는 것 같았다.
# 킨카쿠지행 12번 버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되자 슬슬 셀카 본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찰칵!
# 킨카쿠지행 12번 버스에서
"삼촌! 창피하니깐 그만 좀 찍어!"
"알았어..."
슬슬 사춘기가 오기 시작하는 조카의 구박에 마지막으로 한 장만 더 찍으려고 스마트폰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
"스마~일! 찰칵!"
셔터 효과음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뒷자리에 앉아있던 남미 누님들이 빵 터지고 말았다.
'아차! 스노우 카메라였지!'
뒷자리 남미 누님들이 내가 스노우 카메라를 이용해 원피스 배경화면으로 셀카를 찍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웬 개망신이람!'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다.
# 스노우 카메라로 이 사진 찍다가 뒷자리 남미 누님들 빵 터짐!!
이후로 난 '킨카쿠지'에 도착할 때까지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 우리는 교토 여행의 첫 목적지인 '킨카쿠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사람들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갔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날이 흐리긴 했지만, 덥지 않아 걷기에는 딱이었다.
# 킨카쿠지로 가는 진입로
아름다운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진입로를 걸어 드디어 '킨카쿠지' 입구에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인증샷을 찍은 후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킨카쿠지'를 대표하는 '킨카쿠 샤리덴(金閣 舎利殿)'을 보기 위해 입구로 향했다.
# 킨카쿠지 입구의 사원 안내도
# 킨카쿠지 입구에서 지헌이
# 킨카쿠지 입구에서
# 킨카쿠지 입구의 세계문화유산 기념비
입구에는 이미 '킨카쿠 샤리덴'을 보러 온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늦어지면 '킨카쿠 샤리덴'을 제대로 보기는 힘들 것 같아, 지헌이 손을 잡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 킨카쿠지 입구에 모여 있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
교토를 대표하는 오래된 사찰인 '킨카쿠지'의 정식 명칭은 '로쿠온지(鹿苑寺)'다. 우리나라 사람에겐 '금각사'란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이는 아마도 사찰 내의 '교코지(鏡湖池)'에 위치한 금빛 찬란한 샤리덴 '킨카쿠(金閣)' 때문일 것이다.
입구를 통과해 '종루(鐘樓)'를 지나 좁은 문을 들어서자 '교코지' 물에 비친 금빛 찬연한 '킨카쿠 샤리덴'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킨카쿠지 종루
# 아름드리 가지가 넓게 펼쳐진 킨카쿠지 경내 풍경
# 교코지 물에 비친 금빛 찬연한 킨카쿠 샤리덴
'킨카쿠지'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일본의 극우주의자이자 소설가인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우리에게는 1970년 자위대를 선동하려다 실패해 할복자살을 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난 개인적으로 이 사람이 극주주의자에 할복을 한 미친놈이라는 점이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시마 유키오'와 '킨카쿠지'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그것은 바로 일본의 '유미주의'를 대표하는 소설인 <금각사>의 작가가 '미시마 유키오'이고, 이 소설의 배경이 바로 '킨카쿠지'의 샤리덴 '킨카쿠'인 것이다.
소설 속의 '킨카쿠 샤리덴'은 못생기고 말더듬이인 주인공 '미조구치'가 사랑한 건축물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 속에서 '미조구치'는 이 금빛 찬연한 '킨카쿠 샤리덴'을 불태워 버리고 만다.
실제로 '킨카쿠 샤리덴'은 1950년 방화에 의해 불타버리는데, '미시마 유키오'가 이 방화 사건에 스토리를 입혀 <금각사>란 소설을 쓴 것은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미조구치'는 왜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킨카쿠 샤리덴'을 불태워 버린 걸까?
'미시마 유키오'는 아름다움은 바뀐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소설 속 인물인 '가시와기'를 통해 '미조구치'에게 알려주고 있다.
'가시와기'는 안짱다리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안짱다리이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아름다움의 기준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기준이 바뀐다는 것이다.
'미조구치'는 그동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금빛을 발하는 '킨카쿠 샤리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킨카쿠 샤리덴'을 사랑했다. 하지만 '가시와기'를 만나게 되면서, 점점 그에게 동요되어 갔다.
'미조구치'는 '킨카쿠 샤리덴'이 아름다웠던 건, 그동안 자신이 그렇게 생각해 왔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곤 생각을 바꿔 이제는 그동안 말더듬이에 초라하고 볼품없었던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제는 필요 없어진 '킨카쿠 샤리덴'을 불태워 버림으로써 아름다움의 존재를 자신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꿈꾼다.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잘 모른 채 단지 TV에 나오는 연예인의 외모를 동경하고, 자신도 그들처럼 되길 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가 성형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려고 한다.
난 생각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나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자신감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은 태어나는 것이라고...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에 '사람은 유행을 좇기보단 개성을 추구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외모가 출중한 연예인들을 미의 기준으로 삼아 성형이나 화장, 옷차림을 통해 그들과 똑같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단지 유행일 뿐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자신만의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개성 있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은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라는 소설을 통해 이 점을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해 '킨카쿠 샤리덴'을 불태워 버린 것이다.
# 미조구치가 사랑했던 킨카쿠 샤리덴 풍경
'킨카쿠 샤리덴'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사이, 중국 단체 관광객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더 지체하다가는 '킨카쿠 샤리덴'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할 것 같아, 옆에 있던 관광객에게 부탁해 얼른 사진을 찍었다.
# 킨카쿠 샤리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무섭게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들이닥쳤고, 우리는 그들을 피해 '교코지'의 둘레를 감싸고도는 산책로를 따라 '킨카쿠 샤리덴'의 오른쪽 편으로 이동했다.
# 킨카쿠 샤리덴을 뒤로하고
가까이에서 바라본 '킨카쿠 샤리덴'의 금빛은 더 아름다웠다.
우리는 아쉽지만 '킨카쿠 샤리덴'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중국 단체 관광객을 피해 산책로를 따라 부지런히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 킨카쿠 샤리덴의 오른쪽 모습
# 킨카쿠 샤리덴의 뒤쪽 모습
# 킨카쿠 샤리덴 지붕의 봉황새
# 킨카쿠 샤리덴 뒤 편에서 바라본 교코지 풍경
# 킨카쿠 샤리덴을 배경으로 한 마지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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