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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10 간토 여행

[일본/요코하마] 주카가이(차이나타운) & 야마시타공원

# 요코하마 주카가이 입구 야경 (출처 : Wikipedia)

 

일본 최대의 차이나타운 입성기

 

'후지산 시즈오카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우린 해안도로를 달려 '요코하마(横浜)'로 향했다.

 

# 요코하마로 향하는 모두투어 관광버스 안 풍경

 

우리나라와 반대인 운전석 위치와 자동차의 진행 방향, '요코하마'로 가는 길에 펼쳐진 해안가와 조그만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가 풍경에 내가 비로소 일본에 와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기회가 된다면 버스에서 내려 주택가로 들어가 산책을 하고 싶었지만, 패키지 일정도 있고 나 혼자만의 여행도 아니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고 '요코하마'로 향했다.

 

 

# 요코하마로 가는 해안도로 주변의 주택가 풍경

 

'시즈오카(静岡)'에서 가까울 줄 알았는데, 자그마치 2시간 넘게 달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드디어 '요코하마'에 도착했다.

 

우리의 일본 첫 여행지는 '요코하마'의 '주카가이(中華街)'! 버스는 우리를 '요코하마 마린타워(横浜マリンタワー)' 앞에 내려줬다.

 

 

'요코하마 마린타워'는 '요코하마' 개항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1961년에 건설된 요코하마의 심벌이라고 한다. 높이는 106m로 2층 전망 플로어의 360˚ 대파노라마의 야경이 아름다우며, 천장이 트인 홀에는 '야마시타 키요시(山下清)' 화백의 벽화와 '마린타워'가 등대였던 시절에 사용된 등불 기구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 요코하마 마린타워

 

# 요코하마 마린타워 야경 (출처 : Wikimedia Commons)

 

자유여행으로 왔다면 들어가 봤을텐데, 아쉽게도 부모님을 배려해 패키지로 오는 바람에 '마린타워' 관람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우린 길을 건너 맞은편에 위치한 '주카가이(차이나타운)'로 발을 돌렸다.

 

 

'요코하마'의 '주카가이'는 '가나가와현(神奈川県) 요코하마시'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이다. 1866년 '요코하마'의 외국인 거류지의 일각에 중국인 무역상들에 의해 세워진 관제묘, 중국인 회관 및 중화 학교 등이 시설이 들어선 것을 시초로 150여 년 역사를 갖고 있다.

 

'고베 난킨마치(神戸 南京町)', '나가사키 신치주카가이(長崎 新地中華街)'와 더불어 일본의 '3대 차이나타운'의 하나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크며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차이나타운 중 하나라고 한다.

 

# 요코하마 주카가이 중심에 위치한 젠린몬(善隣門) (출처 : Wikipedia)

 

횡단보도 건너편에 '주카가이'의 동문인 '조요몬(朝陽門)'이 청룡을 상징하는 파란 기둥을 뽐내며 서있었다. 우리 일행은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자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조요몬'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 요코하마 주카가이 조요몬

 

'조요몬'을 통과해 사진 한 장 찍은 후 우린 본격적인 '주카가이' 관광에 나섰다.

 

# 요코하마 주카가이 풍경

 

# 요코하마 주카가이에서

 

확실히 계획 없이 급하게 떠나온 여행은 티가 나는 것 같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오다 보니 '주카가이' 관광이 슬슬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쯤 들려온 엄마의 배고프시단 말 한마디! 난 '주카가이'의 한 '빠오즈(包子)' 테이크 아웃 전문점에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빠오즈'를 사 드렸다. 사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엄마에 입에 과연 '빠오즈'가 입맛에 맞으실지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기내식으로 나온 딱딱한 바게트 빵 샌드위치에 비하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 아버지 것까지 두 개를 구입했다.

 

결과는... 역시 엄마는 입이 짧으시다는 것이다.

 

'빠오즈'를 한 입 베어 무신 후 엄마의 한마디는 '이게 뭐냐!'는 것이었다. 느끼하기만 할 뿐 네 맛도 내 맛도 아니라 하시며 남은 '빠오즈'를 다 버리고 마셨다.

 

하는 없이 우린 저녁식사를 기약하기로 하고 다시 '주카가이' 관광을 시작했다.

 

# 요코하마 주카가이 거리 풍경

 

'주카가이' 거리를 조금 걷다 보니 이번엔 아버지가 난리시다. 너무 덮고 눈이 부시다며 어디서 모자 하나만 사자고 하신다.

 

대략 난감! 난 일본어를 1도 모르는데, 어떻게 모자를 사야 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에선 엄마가, 여기는 물건값이 비싸다고 하시며, 그러니까 모자를 챙기라고 하지 않았냐며 아버지께 잔소리를 하고 계셨다.

 

비행기 기내식부터 꼬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난 여행 첫날 첫 코스에서부터 뭔가 일이 꼬여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어쨌든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 일단 모자를 파는 상점부터 찾았다. 다행히 유명 관광지다 보니 쉽게 모자 상점을 찾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마음에 드시는 모자 하나를 고르셨고, 이젠 흥정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일본은 정찰제라고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값을 깎아야 하는 건 아닌가! 난 일본어를 못 하는데, 영어로 해야 하나 아니면 차이나타운이니깐 중국어로 해야 하나!'

 

내적 갈등으로 머리가 머리가 빠게 질 듯이 아팠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도 없고, 일단 용기를 내 영어로 주인에게 물었다.

 

"Can you speak Chinese?"

 

"Yes."

 

다행이었다. 확실히 '차이나타운'이라 그런가 상점 주인은 화교였던 거다. 그래도 모르니 이번엔 중국어로 다시 한 번 물었다.

 

"你会说汉语吗? (니 후이 슈어 한위 마?)"

 

"会。(후이)"

 

한국 사람이 일본에 와서 중국어로 대화를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 끝에 아버지 모자를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일본은 정찰제라는 것을 확실히 확인한 이날 이 사건 이후로 난 일본 여행을 가게 되면 절대로 물건을 흥정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한 일에 예정에도 없던 돈만 쓴 후, 우린 '주카가이' 관광을 마치고 왔던 길을 되돌아 '야마시타공원(山下公園)'으로 향했다.

 

# 아버지 모자를 구입했던 주카가이 골목 풍경

 

 

'야마시타공원'바닷가에 있는 면적 약 7.4만㎡의 가늘고 긴 공원으로, 1923년 '간 대지진'의 잔해를 매립해 1928년에 개장했다. 바닷바람을 느끼며 '베이 브리지'나 항구를 오가는 배를 바라볼 수 있으며, 전 세계를 여행한 호화 여객선 '니혼유센(日本郵船) 히카와마루(氷川丸)'를 볼 수 있다.

 

또한 공원 내에는 빨간 구두를 신은 여자아이의 동상과 인도 수탑, 미국 샌디에고시가 기증한 물의 수호신 등 기념비도 많이 세워져 있으며, 야간에는 '야마시타공원'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요코하마 마린타워'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 야마시타공원과 마린타워 야경 (출처 : Perfect Camera)

 

'야마시타공원'에 도착해 우린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잠시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았다.

 

# 요코하마 야마시타공원의 미국 샌디에고시가 기증한 물의 수호신 기념비와 마린타워 풍경

 

벤지에 앉아 잠시 더위를 피한 후 '야마시타공원'의 명물 '니혼유센 히카와마루'를 보기 위해 바닷가 쪽으로 이동했다.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는 호화 유람선 '히카와마루'의 거대한 몸집을 사진에 담은 후 우린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 야마시타공원의 니혼유센 히카와마루

 

# 야마시타공원의 니혼유센 히카와마루를 배경으로 엄마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니 멀리 일본이 자랑하는 국제 여객 터미널 '오산바시(大さん橋)'가 눈에 들어왔다. 집합 시간이 거의 다 돼 가보지는 못하고 그냥 멀리서나마 사진으로 남긴 후 다시 벤치로 돌아왔다.

 

# 요코하마 국제 여객 터미널 오산바시를 배경으로

 

# 야마시타공원에서 바라본 오산바시

 

벤치에 잠시 앉아있으려니 가이드의 집합 소리가 들렸다. 난 엄마와 '야마시타공원'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은 후 짧지만 정신없었던 '요코하마' 여행을 마치고 다음 여행지로 출발하기 위해 다시 버스에 올랐다.

 

# 야마시타공원 벤치에서 엄마와

 

# 야마시타공원에서 마린타워를 배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