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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06 둥베이 여행

[중국/선양] 선양에서 창춘 가는 길

# 선양에서 창춘 가는 길에 만난 만주벌판의 옥수수밭 풍경

 

창춘까지의 험난한 여정

 

여행을 떠나 오기 전 난 미리 숙소와 교통 편을 예약해 놓았다.

 

특히 교통편 예약은 중국 여행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중국은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거리가 상당히 멀어 기본 10시간 이상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둥베이 여행'을 할 당시는 중국의 대도시 치안은 좋았지만,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들어서게 되면 치안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미리 기차표를 예매해 이동을 했다.

 

굳이 왜 기차표를 어렵게 예매까지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거다. 이유는 중국의 인구 때문이다.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고, 그 많은 인구들이 중국에서 가장 빠르고 안전한 교통수단인 기차를 주로 이용하다 보니 당일 기차역에 가봤자 표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기차 출발 1주일 전이라도 대부분의 표가 매진될 정도라고 보면 된다.

 

안타깝게도 난 숙소와 다른 기차표는 무난하게 예약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선양'에서 '창춘(长春)'까지 가는 기차표가 매진이되 구하지를 못했다. 그래서 '선양'에서의 첫날 오후 일정을 불가피하게 취소하고 '창춘'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우리는 '선양구궁'을 나와 우선 점심을 먹기 위해 일단 '우아이시장(五爱市场)'으로 갔다.

 

 

'우아이시장(오애시장)'은 1983년에 설립된 시장으로 '우아이제(五爱街)'에 위치하여 '우아이시장'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20여 개 점포에서 시작해 지금은 20,000여 점포로 늘어났고, 경영 품목은 30,000여 종이나 되는 중국의 5대 시장 중 하나라고 한다.

 

# 2012년의 우아이시장 모습 (출처 : 百度贴吧)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샌들 끈이 끊어져, 난 급하게 싸구려 샌들 한 켤레를 구입해 신고 점심을 먹기 위해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 통로를 뚫고 나왔다.

 

 

# 우아이시장 앞을 오가는 마티즈를 닮은 삼륜차

 

 

# 장보러 나온 손님들을 실어 나르는 일력거 택시

 

# 우아이시장 근처 외국어 학원 (한국어도 보인다. 지금은 아마도 없어졌을 듯...)

 

시장을 나와 큰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팔 것 같은 고급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메뉴를 확인한 후 한 네다섯 개의 음식을 시켰다. 시간이 너무 오래되 음식의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 음식의 맛만큼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망했다! 그냥 아무 맛없이 무지 맵고, 아무 맛없이 짜고, 아무 맛없이 느끼했다! '둥베이' 음식이 원래 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그냥 선생님들께 너무 죄송했다. 그래로 별말 없이 드셔주신 선생님들이 너무 고마울 따름이었다.

 

# 그냥 맵고 짜기만 했던 골뱅이 요리

 

# 그냥 맵기만 했던 새우 요리

 

# 그냥 맵기만 했던 게 요리

 

# 그나마 젤 먹을만했던 돼지고기 요리

 

#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말았다.

 

# 그래도 인증샷은 찍으셔야 하신다며 기·가쌤

 

식당을 나와 '창춘'으로 가기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는 짐을 챙긴 후 사장님께 24일 날 뵙겠다고 인사를 한 후 민박집을 나왔다.

 

# 중국에서는 똥개 취급을 당하는 페니키즈

 

 

# 선양 우리집 민박 주변 풍경

 

숙소를 나와 '창춘'행 버스를 타기 위해 일단 '선양북역(沈阳北站)'으로 갔다.

 

# 선양북역

 

혹시나 해서 매표소에 들어가 봤더니 역시나였다. 이날 출발하는 '창춘'행 기차는 전부 매진이었다. 하는 수없이 우리는 근처 '선양 장거리 버스터미널(沈阳长途客运站)'로 발을 돌렸다.

 

 

'선양 장거리 버스터미널'은 '선양북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터미널을 쉽게 찾고 싶으시다면, 동그란 엽전 모양의 빌딩인 '선양팡위엔따샤(沈阳方圆大厦)'를 찾으면 된다. 왜냐하면 '선양 장거리 버스터미널'은 '선양팡위엔따샤'의 바로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선양 장거리 버스터미널 맞은편 선양팡위엔따샤

 

다행히 '창춘'까지 가는 버스는 자리가 많이 있었다. 혹시라도 망설이다가 그나마 버스마저 놓칠까 봐 일단 표를 구입한 후, 출발 시간이 될 때까지 도깨비시장 같은 터미널 대합실에서 장거리 버스 이동을 위해 잠시 쉬었다.

 

 

# 선양 장거리 버스터미널 2층에서 바라본 1층 대합실

 

# 선양 장거리 버스터미널 2층 대합실에서

 

어느덧 출발 시간이 다 돼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대합실에서 나와 '창춘'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 창춘행 고속버스에서

 

버스는 3시간 넘게 달려 잠시 쉬기 위해 휴게소에 들렀다. 내릴까 말까 고민하다 점심에 맵고 짜기만 한 음식을 먹는 바람에 목도 마르고 화장실도 잠시 들릴 겸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 휴게소 건물을 바라보니 '쓰핑 휴게소(四平服务区)'란 간판이 걸려있었다.

 

 

'쓰핑'은 '선양'과 '창춘'의 중간에 위치한 도시로, 이제 겨우 반 정도를 온 것이다. 지금까지 달려온 거리만큼 앞으로 더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창춘'이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졌다.

 

# 쓰핑 휴게소

 

화장실을 갔다 와 물 한 병을 산 후 버스로 돌아왔다.

 

# 쓰핑 휴게소에서

 

# 쓰핑 휴게소에서 부장님과

 

버스는 휴게소를 나와 다시 '창춘'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휴게소를 나온 지 얼마 안 돼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잘 달리고 있던 버스가 갑자기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서버린 거다. 우린 갈 길이 아직도 먼 데, 버스가 고장이라도 난 건가 생각하고 있던 순간!

 

뜨악! 갑자기 버스가 후진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편도 2차선 밖에 안 되는 고속도로에서....

 

순간 우린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버스 상황을 살펴보니, 다른 승객들은 그러려니 한 듯 평온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상황은 이랬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 다른 고속도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만주 벌판만 5시간 넘게 달리고 있다 보니, 버스 기사가 우리가 진입해야 할 인터체인지를 지나쳐 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래서 후진을 해 지나친 인터체인지까지 간 것이다.

 

다행히 인터체인지 놓친 것을 일찍 알아챘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객사하는 줄 알았지 뭔가!

 

너무 황당해 앞사람에게 물어봤더니, 다음 톨게이트에서 버스를 돌리려면 1시간은 더 가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버스를 후진 시킨 거였다고 했다.

 

난 이날 이 사건 이후로 4시간 이상 가야 하는 도시에 갈 땐 절대로 버스를 타지 않았다.

 

정말 하늘이 도우셨는지 버스가 고속도로를 1분 정도 후진해 무사히 인터체인지 진입로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창춘'을 향해 끝없는 만주 벌판을 달리는 사이 밖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창춘행 고속버스에서 바라본 만주 벌판의 옥수수밭 (우리는 이날 이 옥수수밭만 무려 5시간 넘게 보며 창춘으로 향했다.)

 

# 창춘으로 가는 사이 해는 이미 만주 벌판 너머로 지고 말았다.

 

드디어 목숨 걸고 7시간을 달려 '창춘'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내려 '퉁화루(通化路)'에 위치한 숙소로 바로 갔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어놓고 나자 점심을 부실하게 먹은 탓인지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난 저녁도 실패할 수 없어 민박집 주인아주머니께 식당 하나만 추천해달라고 부탁해 저녁을 먹으러 갔다.

 

다행히도 저녁 식당은 대만족이었다. 선생님들도 음식이 맛있다며, 정신 없이 드셨다.

 

# 종업원 아가씨가 주둥이가 긴 주전자로 차를 따라 주고 있는 모습

 

# 창춘 퉁화루의 한 중식당에서 먹은 음식들

 

# 창춘 퉁화루의 한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느끼한 속도 달랠 겸 숙소 근처 노점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 잔씩 마신 후, 장거리 이동으로 지친 몸을 풀어주기 위해 마사지 숍에 들러 전신 마사지를 받은 후 숙소로 돌아오는 것으로 다사다난 했던 하루를 마감했다.

 

# 숙소 근처 노점에서 맥주 한 잔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