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apan/'17 산인 여행

[일본/사카이미나토] 돈야

# 사카이미나토 해선 요리 전문점 돈야 (출처 : 海鮮料理 丼や)

 

통한의 굴튀김 정식

 

오후 비행기를 타고 오다 보니 '사카이미나토(境港)'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저녁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집에서 인천국제공항이 멀다 보니 아침은 거르고, 12:05 출발 저가항공이라 점심도 공항에서 간단하게 때우다 보니 배가 너무 고팠다.

 

'사카이미나토역(境港駅)'을 빠져나와 일단 짐을 놓기 위해 호텔로 갔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다 짐만 놓은 채 하루 종일 굶다시피한 배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돗토리현(鳥取県)'은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나 '충청북도'쯤에 해당된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저녁 5시만 넘으면 거의 문을 연 상점이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돗토리시(鳥取市)'나 '요나고시(米子市)' 같은 경우는 그나마 '돗토리현'에서는 비교적 큰 도시에 속해 문을 연 상점들이 조금 있긴 하지만, '사카이미나토시(境港市)'는 명목상 시일뿐, 우리나라 읍 정도의 규모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녁을 먹으려고 호텔을 나와도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들이 문을 닫은 후라 딱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

 

호텔로 다시 들어와 저녁식사가 가능하냐고 물으니, 다른 날 같으면 사 먹을 수 있는데 오늘 저녁에는 단체 손님이 많아 예약할 때 석식 신청을 하지 않았으면 먹기가 힘들다고 한다.

 

대략 난감!

 

엄마와 이모를 이대로 그냥 굶길 수도 없고, 결국 엄마와 이모께 호텔 로비에 잠깐 앉아 계시라고 한 후 나 혼자 호텔을 나와 식당을 찾아봤다.

 

다행히 호텔 근처의 식당 두 군데가 불이 켜져 있었다. 한 곳은 '사카이미나토역' 옆의 회전초밥집 '타이료마루(大漁丸)'였고, 나머지 한 곳은 호텔 맞은편의 '돈야(丼や)'라는 해선 요리 전문점이었다.

 

나와 엄마, 이모 모두 초밥을 좋아해 일단 '타이료마루'로 모시고 갔다. 그런데 식당에 불은 켜져 있는데 오늘은 영업을 안 한다고 한다.

 

왠지 여행 첫날부터 뭔가 꼬이는 느낌이!

 

사실 '돈야'는 식당 외관이 그다지 신뢰감이 가지 않게 생겨 들어가기가 좀 꺼려졌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린 호텔 맞은편 '돈야'로 들어갔다.

 

 

식당 안에는 예상대로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 저녁 시간이라 손님이 없어 텅텅 빈 돈야 식당 안 풍경

 

자리를 잡고 앉자 나이가 지긋하게 들어 보이시는 아주머니께서 메뉴를 들고 오셨다. 난 짧은 일본어로 손님이 왜 한 명도 없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는 친절하게 원래 인구도 적은 데다가 저녁시간에는 다들 집에 들어가고 없어 손님이 별로 없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래도 못 미더워 검색을 해보니, 글쎄 '돈야'는 '회덮밥'이 맛있다고 소문난 '사카이미나토'의 맛집이었다.

 

사실 난 '회덮밥'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국식 '회덮밥'을 좋아하는 거지, 일본식 '회덮밥'은 한 번도 먹어보질 않아 주문을 하기엔 좀 두려웠다. 그리고 어차피 호텔 조식으로 '회덮밥'이 나오기 때문에, 이번엔 '회덮밥' 말고 다른 음식을 주문하기로 했다.

 

# 돈야 회덮밥 정식 (출처 : ヒトサラ)

 

그래서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굴튀김 정식'!

 

# 돈야 굴튀김 정식

 

하지만 이 선택이 내 발 등을 찍을 줄이야!

 

확실히 '돈야'에서는 '회덮밥 정식'을 시켰었어야 했다.

 

처음 굴튀김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는 바삭한 소리와 함께 고소한 굴 향이 은은하게 퍼져 좋았는데, 끝 맛이 글쎄... 비렸다!

 

엄마와 이모는 결국 먹다 남기셨고, 아까우니까 남은 굴튀김을 나보고 다 먹으라고 하셨다.

 

헐! 나한테 왜 이런 시련이!

 

결국 난 니글거림을 참고 남은 굴튀김을 다 먹었고, 다음 날까지도 트림을 할 때마다 굴 비린 내를 느껴야 했다.

 

여기서 '돈야'의 주문 Tip. 하나!

 

'돗토리현'은 맑고 깨끗한 '동해'와 접해 있는 곳이다 보니, '동해'의 신선한 해산물을 넣어 만든 '회덮밥'이 아주 유명한 곳이에요! 그래서 당연히 '돈야'의 시그니처 메뉴는 '회덮밥'이고요!

 

전에 한 번도 일본식 '회덮밥'을 먹어보지 않았다고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제가 다음날 호텔 조식으로 나온 '회덮밥'을 먹어 봤는데, 정말 최고였거든요!

 

괜히 겁난다고 '굴튀김 정식' 시키셨다간 느끼함과 굴 비린내로 하루 종일 고생하실 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돈야'는 '회덮밥'입니다!

 

'회덮밥' 맛집에 들어가서 엉뚱하게 '굴튀김 정식'을 먹는 만행을 저지르고 식당을 나왔다.

 

'굴튀김' 맛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맛집은 맛집이니까 식당 전경 사진 하나 찍어 주고, 느끼한 속도 달랠 겸 호텔 주변의 '미즈키 시게루 로드(水木しげるロード)'를 잠깐 산책한 후 호텔로 들어가기로 했다.

 

# 회덮바 맛집 돈야

 

확실히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지역이라 그런가, 해가 진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지나가는 사람 한 명 없이 한산하다 못해 적막하고 쓸쓸다.

 

그리고 난 그 점이 너무 마음에 들어 여행 기간 내내 호텔에 들어오면, 씻고 나와 1시간 정도 사색에 잠긴 채 맑은 공기를 마시며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산책했다.

 

# 미즈키 시게루 로드 초입의 게게게노기타로노토(ゲゲゲの鬼太郎の塔)

 

# 미즈키 시게루 로드 치요무스비 슈조(千代むすび酒造)

 

# 미즈키 시게루 로드 캇파노이즈미(河童の泉)

 

# 미즈키 시게루 로드 요카이진자(妖怪神社)

 

# 요카이진자(요괴신사)에서

 

#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가로질러 흐르는 하천

 

우리는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는 한적한 시골 마을 길을 산책한 후,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곳은 여행 마지막 날 아침에 자세히 둘러보기로 하고, 여행 첫날의 여독을 풀기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