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완 국립고궁박물원 전경
도둑의 보물창고
아침이라고는 하지만 햇살이 뜨거운 타이베이, 창문 커튼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따가운 햇살에 잠에서 깼다.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커튼을 열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덥다고 해도 아직은 이른 아침, 건너편 '국립 타이베이 과기대학(國立臺北科技大學)'과 'KDM Hotel' 앞 거리는 매우 한산했다.
# 타이베이 KDM Hotel 건너편 국립 타이베이 과기대학 풍경
호텔 조식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셋째 날 우리가 찾은 곳은 타이베이 북부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원(國立故宮博物院)'.
'국립고궁박물원'은 아쉽게도 MRT 노선 밖의 지역이라, 근처 '스린역(士林站)'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가야 했다.
#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원
1948년 가을, 제2차 국공 내전에서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이 승리를 하면서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군대는 타이완으로 도망을 친다. 이때 자금성(故宫), 이화원(颐和园), 내정부(内政府), 국자감(国子监), 선농단(先农坛) 등에서 값비싼 보물을 빼내 타이완으로 실어 오는데, 이때 가져온 보물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 '국립고궁박물원'이다.
타이완은 이 일에 대하여, 전쟁으로 소실 위기에 처해있던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취한 조취라고 하지만, 중국 대륙의 입장에서는 전쟁에 패해 타이완으로 도망간 국민당 군대의 약탈 행위일 뿐이었다.
당시 국민당 군대는 얼마나 많은 보물들을 가져왔는지, '국립고궁박물원'에 다 전시를 할 수 없어 '고궁박물원' 뒷산 어딘가에 보물들을 숨겨둔 채 몇 달에 한 번씩 보물들을 교체해 전시를 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값비싼 보물들을 타이완에 다 약탈 당해 베이징 자금성에 있는 '고궁박물관(故宫博物馆)'에 전시되어 있는 문화재들의 대부분이 짝퉁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다.
# 국립고궁박물원 입구에서 예원이
#국립고궁박물원 진입로에서
그늘 한 점 없는 정문을 통과해 진입로에 들어섰다. 확실히 그늘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온도 차이는 상당했다.
나무 그늘로 시원한 진입로를 통과해 우리가 들어간 곳은 '국립고궁박물원' 본원, 아쉽게도 전시관 내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 국립고궁박물원 본관 쑨원 동상 앞에서
전시관은 듣던 대로 예쁘고 값비싼 보물들로 가득했다. 예전 tvN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나왔던 '취옥백채(翠玉白菜)', '육형석(肉形石)', '진조장조감람핵주(陳祖章雕橄欖核舟)', '상아투화운룡문투구(象牙透花雲龍紋套球)'부터 거대한 그림과 병풍, 서예, 청동기 유물 및 각종 시대별 의식주 생활용품과 불상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여기에 전시되어 있는 문화재보다도 공간이 협소해 미처 다 전시하지 못하고 있는 문화재가 더 많다고 하니, 실로 '억!'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없다.
# 취옥백채 (출처 : little by little)
# 진조장조감람핵주 (출처 : 박하사탕, 여행을 떠나다)
# 상아투화운룡문투구 (출처 : 남산 오꾸네:))
그렇다면 도대체 국민당 군대는 이 많은 보물들을 어떻게 가져올 수 있었을까?
전쟁에서 패한 '장제스'는 미국에 배 한 척을 요청한다. 명목은 국민당 당원들과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국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타이완으로 싣고 가기 위함이었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군함 한 척을 '장제스'에게 빌려준다. 그런데 '장제스'는 사람들을 싣고 갈 배에 사람이 아닌 자금성, 이화원, 내정부, 국자감 등에서 빼내온 보물을 싣고 타이완으로 가버린 것이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보내준 군함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울 수단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미국은 매우 화가 났었다고 한다.
타이완 정부가 당시 가져온 보물들을 전시하기 위한 박물관 건립을 계획하면서, 세계 4대 박물관이라 일컬어지는 '국립고궁박물원'이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국립고궁박물원' 측은 타이완 중남부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목표로 자이현(嘉義縣) 타이바오시(太保市)에 '고궁박물원 남원(故宮博物院南部院區)'을 개관하여 운영하고 있다.
# 국립 고궁박물원남부원구 (출처 : 국립 고궁박물원남부원구)
중국 측 입장에서 보자면 타이완은 도둑의 보물창고 2개를 만들어 매 시기마다 '열여라, 참깨!'를 외치고 있다. 타이완에 여행 온 중국 대륙인들 대다수는 도둑 맞은 자신들의 보물들을 보기 위해 도둑의 소굴인 타이완에 온다.
중국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난 타이완이 정말 부럽다.
우리나라는 개화기 시기와 일제강점기 시절, 귀중한 보물들을 서구 열강과 일본에 빼앗겨 아직도 대다수의 보물들을 찾아오지 못하고 있어, '국립중앙박물관'에 관람을 가도 볼 거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 거다.
다음 번 또 박물관을 오게 되면 아마도 오늘과는 다른 진귀한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겠지?
예원이와 난 오전 내내 시원한 박물관 전시실에서 다양한 보물들을 관람한 후, 아쉬운 마음을 접고 밖으로 나왔다.
# 고궁박물원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본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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