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베이 룽산쓰
타이완인들에게 도교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중국의 종교가 뭔지 아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마도 십중팔구는 "불교가 아닌가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실은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종교는 불교라고 믿고 있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중국은 다종교 국가다. 불교를 믿는 신자들이 있고, 소수민족 중에는 이슬람교와 힌두교를 믿는 민족이 있으며,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믿는 기독교도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도교를 믿는 사람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중국의 종교가 불교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걸까?
그건 아마도 불교가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 한국 불교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는 다양한 장소에서 화려한 사원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나는 중국 대다수의 한족이 도교를 믿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이 사원들이 모두 불교 사찰인 줄로만 알았었다.
타이산(泰山)을 오를 때도 그랬고, 쑤저우(苏州)의 운하 골목을 돌아다닐 때도 그랬으며, 또 백두산 소천지에 갔을 때도 난 눈에 보이는 모든 도교 사원들이 다 불교 사찰이라 믿었다. 불교 사찰치고는 건물이 너무 화려하고, 불상보단 무당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조각상들이 많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정말 난 무지의 소치였다.
# 백두산 소천지
# 타이산 떠우무궁(斗母宫)에서
2015년 여름, 예원이 동생 지헌이를 데리고 처음 타이완을 방문했을 때, 타이베이의 곳곳에 많은 도교사원들이 있었는데, 당시 우리가 묵었던 시먼딩의 ECFA Hotel 근처에도 '텐허우궁(天后宮)'이란 도교 사원이 있었다.
# 타이베이 시먼딩 텐허우궁
시먼딩 청두루(成都路)에 위치해 있는 '텐허우궁'은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내부는 매우 화려했고, 기도를 드리러 온 사람들로 항상 가득 차 있었다.
이렇듯 타이베이 번화가의 한가운데까지 도교사원이 위치해 있는 걸 보면서, 난 타이완인들의 일상에서 도교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매우 큼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타이완인들에게 있어 도교는 어떤 의미일까?
그 해답은 '룽산쓰(龍山寺)'를 가보면 알 수 있다.
# 타이베이 룽산쓰에서 예원이
그래서 나와 예원이가 찾은 곳은 타이베이 북부 광저우제(廣州街)에 위치하고 있는 '룽산쓰(용산사)'로, 도교 · 불교 · 유교가 함께 있는 타이완 최대의 종합 사찰.
아무리 타이완이 종교의 자유가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라고는 하지만, 세 개 종교의 신이 한 사찰에 모셔져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광경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세 종교의 신자들이 각자의 종교에 맞는 형식으로 자신들이 섬기고 있는 신들에게 진심을 다해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 룽산쓰에서 자신들이 섬기는 신에게 진심을 다해 기도를 드리고 있는 도교신자들
# 룽산쓰의 도교 벽화 부조
그중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이 바로 음식을 제단 위에 올려놓고 향에 불을 붙인 후 기도를 하거나, 경전을 펼쳐놓은 후 눈으로 읽거나 암송을 하고, 도교의 벽화 부조 앞에 서서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신께 진심 어린 기도를 하는 도교 신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그들이 섬기는 최고의 신에게 정해진 날짜에 맞춰 정해진 사람들과 정해진 주제로 올리는 기도가 아닌,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또는 친구를 만나거나 퇴근을 한 후 귀가하다가 잠시 사원에 들러, 도교의 다양한 신들에게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빌거나 자신의 밝은 미래를 위해 기도를 한다.
어떤 시간에는 조금 한가하고, 어떤 시간에는 붐비는 것이 아닌, 언제나 기도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는 '룽산쓰', 그리고 사원을 관람하러 온 관광객들보다 진심 어린 기도를 올리는 신자들이 더 많은 '룽산쓰'!
타이완인들에게 도교는 뭔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그냥 그들의 삶의 일부고 일상인 것이다.
# 룽산쓰에서
나와 예원이는 타이완인들의 깊은 신앙을 가까이서 체험한 후, 남은 여행 아무 사고 없이 무탈하길 기도했다. 그리고 화려한 건축양식의 향내 가득한 '룽산쓰'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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