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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wan/'16 타이베이 여행

[타이완/신베이] 지우펀 아메이차주관

# 지우펀 수치루 아메이차주관의 냉우롱차

 

회하지 않으려면 그분 말을 꼭 들으세요!

 

강렬한 햇빛과 수많은 인파의 체온으로 인해 '수치루' 구경이 슬슬 힘들어질 때쯤 열도 식힐 겸 예원이와 차를 마시기로 했다.

 

 

우리는 '미야자키 하야오(宮駿)'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の神隱し)>의 무대 배경으로 유명해진 찻집 '아메이차주관(阿妹茶樓)'에 들어갔다. 벌써 세 번째 '수치루' 방문이지만 '아메이차주관'에 들어가 차를 마시는 건 이 번이 처음이었다.

 

#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지우펀 수치루의 모습 (출처 : 올스테이 해외여행기)

 

찻집은 우리와 같은 이유로 들어온 관광객들로 이미 만석이었다. 그냥 돌아갈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말소리!

 

"들어오세요! 아직 자리가 많이 있어요! 들어와서 차 한 찬 마시고 쉬었다 가세요!"

 

"삼촌, 어디서 한국말이 들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20대 후반쯤의 약간 통통한 청년이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한국어를 듣게 돼 반가운 마음이 드는 한 편,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타이완 사람을 보니 신기한 마음도 들었다.

 

"제가 자리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는 순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너무 반가웠다.

 

 

# 아메이차주관 내부 풍경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올 때까지 절대 주문하시면 안 됩니다!"

 

직원은 이 말을 남긴 채 다른 한국인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가야 했기에 '주문하지 말라!'는 그의 말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시원한 '냉우롱차'를 주문했다.

 

# 우리가 주문한 아메이차주관 냉우롱차

 

드디어 더위로 흘린 땀을 보충해 줄 시원한 '냉우롱차'가 나왔다.

 

우롱차(烏龍茶)는 반발효차로 우렸을 때 노란빛이 나는 황차(黃茶)로 알고 있는데, '아메이차주관'의 우롱차는 그 빛깔이 황차 보단 오히려 홍차(紅茶)에 가까웠다.

 

아무렴 어떤가! 어차피 차는 그 맛이 그 맛인 걸!

 

우롱차의 고운 빛깔을 잠시 감상하고 있는 사이 차와 함께 곁들일 다과가 나왔다. 차의 떫은맛과 씁스름한 맛을 중화시켜 줄 달콤한 다과는 그 빛깔과 모양이 너무 예뻐 차마 입에 넣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 아메이차주관 다과. 차를 마실 때 곁들여 먹는 다과도 우리가 알고있는 딤섬(點心)의 한 종류다.

 

차를 잔에 따르고 시원하게 한 잔 마시려는 순간 우리를 안내해 준 종업원이 볼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 아메이차주관에서 냉우롱차를 따르는 예원이

 

"아이고! 제가 올 때까지 주문하지 말라고 했는데, 벌써 주문을 하셨네요!"

 

"어... 그게... 오후 일정 때문에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가야 해서요."

 

"그래도 그렇지, 너무 안타깝네요. 저희 찻집은 따뜻한 우롱차가 더 맛있어요. 따뜻한 차를 시키면 제가 직접 다도 시범을 보이며 차에 대해 설명을 해드리려고 했는데..."

 

Oh, no!!

 

그 종업원은 우리를 자리로 안내해 준 후 다른 한국인 손님에게 다도 시범과 설명을 해주러 갔던 거였다. 그래서 잠시 자신이 올 때까지 주문하지 말라고 했던 건데...

 

내 실수로 그만 울 예원이 다도 체험의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고 만 것이다.

 

언제 다시 타이완에 올 지 모르겠지만, 그땐 꼭 '아메이차주관'에 다시 와서 제대로 된 차 체험을 하겠노라 굳게 다짐했다.

 

'종업원 총각, 그때까지 찻집 그만두면 안 돼요!'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푸른 동중국해를 바라보며 시원한 우롱차를 마셨다.

 

# 아메이차주관에서 바라 본 동중국해

 

다과 한 입 베어 문 후 우롱차를 한 모금 마시자 쌉사름한 맛은 온데간데없고 은은한 우롱차 향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소확행(小確幸)'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 아메이차주관에서

 

우리는 냉우롱차 한 주전자를 더 리필해 마시고, '수치루' 구경을 좀 더 한 후 타이베이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 아메이차주관 입구에서 예원이

 

여기서 '아메이차주관' 주문 Tip 하나!

 

혹시 수치루 아메이차주관에 가셨다가 통통한 청년이 한국말로 안내해 주시면, 꼭 그분이 하라고 하는데로 따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