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hina/'06 둥베이 여행

[중국/안투] 백두산 ① : 옌지에서 백두산 정상 가는 길

# 지프차를 타고 백두산 정상으로 가는 길

 

민족의 명산 백두산 가기

 

여행을 온 이후 가장 이른 시간에 기상을 했다. 이유는 단 하나! 우리 민족의 고향 '백두산'을 가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 KBS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니, 지금은 '베이징(北京)'으로 들어가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고 '창바이산공항(长白山机场)'을 통해 '백두산'을 가는 것 같은데, 우리가 여행을 떠났던 2006년 당시에는 '백두산'에 가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두 개의 루트를 통해 갔었다.

 

하나는 '다롄(大连)'으로 들어가 '단둥(丹东)'을 거쳐 '압록강'을 따라 '안투현(安图县)'에 위치한 '백두산'으로 들어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옌지'로 들어가 '옌지'에서 '백두산'을 가는 방법이었다. 두 개의 방법 다 교통 편이 좋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좋은 것인지 말은 못 하겠지만, 일단 우린 '단동' 코스보단 그나마 이동 시간이 짧은 '옌지' 코스를 선택했다.

 

이동 시간이 '단동' 코스보다 약간 짧을 뿐이지, 당시 '옌지'에서 '백두산'까지는 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차로 5시간 이상을 갔어야 했다.

 

우린 새벽 3시에 '옌지'를 출발했다. 전날 우리를 태워 주셨던 '멘빠오처' 기사님께 '백두산' 일정도 부탁을 드렸더니, 다행히 예약된 일정이 없으시다며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깜깜한 밤길을 달린 지 2시간 이상 지나자 서서히 차창 밖으로 동이 터 오르기 시작했다.

 

# 동이 틀 무렵의 옌지에서 백두산 가는 길 풍경

 

기사님께서 배가 고프지 않냐고 물으셔, 난 어디 아침을 먹을 만한 조선족 식당이 없냐 물었다. 다행히 기사님이 백두산 일정을 뛰실 때 자주 이용하는 단골 식당이 있다고 하셔서, 우린 잠시 조선족 마을에 들러 아침을 먹고 가기로 했다.

 

선생님들께 오랜만에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다고 알려드리자 무지 좋아하셨다.

 

우리가 탄 차는 30분을 더 달려 한 조선족 마을에 도착했다. 워낙 비몽사몽간에 먼 길을 달려온 터라 중국의 어느 지역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확실한 건 '옌지'와 '백두산'의 한 중간쯤 되는 지점이었던 것 같다.

 

# 백두산 가는 길에 아침을 먹기 위해 들린 조선족 마을 풍경

 

# 백두산 가는 길 어느 조선족 마을에서 국어쌤, 기·가쌤, 영어쌤과

 

워낙 산골짜기에 위치한 촌 마을이다보니 아침 공기가 매우 상쾌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식당이 문을 열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멘빠오처' 기사님의 단골 집이라고 하시니 일단 믿고 식당으로 향했다.

 

# 워낙 공기 좋은 시골 마을이다 보니 식당 처마 밑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기쁨 음식점'! 우리가 들어간 식당의 이름이 너무 맘에 들었다. 우린 그동안 너무 그리웠던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그리고 다양한 밑반찬까지 정말 원 없이 흡입했다. 새삼 한식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 백두산 가는 길 아침을 먹기 위해 들렀던 조선족 식당 앞에서 국어쌤과

 

# 기쁨 음식점 안에서 국어쌤과

 

오랜만에 한식으로 배를 채운 후 식당을 나왔다. 식당을 나와 한적한 조선족 마을에서 인증샷을 남긴 후 우린 다시 '백두산'을 향해 길을 떠났다.

 

# 백두산으로 가는 길 한 조선족 마을에서

 

# 조선족 마을을 떠나기 전 국어쌤, 영어쌤과

 

아침 식사를 마치고 조선족 마을을 나와 두 시간 넘게 더 달려 우린 드디어 '한민족(韓民族)'의 고향인 '백두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백두산' 입구 주차장에서부터는 환경보호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다. 무조건 차에서 내려 전기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야만 '백두산 풍경구(长白山风景区)'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기사님께서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관광을 재미있게 하고 오라고 하셨다. 난 기사님께 관광할 동안 푹 쉬고 계시라고 한 뒤 선생님들을 모시고 셔틀버스에 올랐다.

 

# 백두산 풍경구를 운행하는 전기 셔틀버스에서

 

인원이 다 차자 버스가 출발했다. 아름다운 '백두산'의 침엽수림 사이를 달려 우린 '백두산 풍경구 북문(长白山风景区北门)'에 도착했다.

 

# 백두산 풍경구 북문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서 찍은 백두산 침엽수림 풍경

 

 

난 이번이 두 번째 '백두산' 방문이어서 그런가 별다른 감회가 없었는데,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조금씩 흥분하기 시작하셨다.

 

 

# 백두산 풍경구 북문 정류장에 서 있는 전기 셔틀버스

 

버스에서 내려 '백두산 풍경구'로 들어가기 위해 정류장을 나오는 순간,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의 명산인 이곳 '백두산'까지 중국의 '동북공정'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거다.

 

앞서 살짝 언급했지만, 난 이번이 1999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었다. 내가 처음 '백두산'에 왔을 땐 '백두산 풍경구' 입구에 서있는 문 위에 분명 '장백산'이라는 글자가 한글로 쓰여있었는데, 7년이 지난 후에 다시 와보니 입구 문 위의 '장백산'이란 한글이 떼어져 있는 것이었다.

 

# 1999년 백두산 방문 당시 백두산 입구에서 (문 위의 장백산이란 한글이 뚜렷하게 보인다.)

 

# 2006년 백두산 입구 풍경 (문 위의 장백산이란 한글이 떼어져 있다.)

 

비단 이뿐이 아니었다. '백두산 풍경구'는 '옌볜조선족자치주'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법에 따르면, 반드시 한글이 중국어보다 우선해서 표기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방문했던 2006년 당시에 '백두산 풍경구' 안에 있는 모든 표지판과 간판들에서는 한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중에 백두산을 다녀와서 민박집 주인아저씨께 물어봤더니, '동북공정'이 들어가서 '백두산 풍경구'의 모든 권리를 중국의 중앙정부에서 빼앗아 갔다고 했다. 그래서 '백두산 풍경구'에서 온천 호텔 사업을 하던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다 쫓겨났다고 하셨다.

 

우린 중국의 끝도 한도 없는 욕심에 혀를 내두르며 '백두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 다시 가던 길을 계속 갔다.

 

# 백두산 기념 표지석 (이 표지석에도 아래 장백산이란 한글이 지워지고 없었다.)

 

# 백두산 표지석 앞에서

 

'백두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 우린 지프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이용료를 흥정할 수 있어, 우린 가격을 흥정한 후 정상 행 지프차에 몸을 실었다.

 

 

 

 

 

 

 

# 정상으로 가는 지프차에서 바라본 백두산 풍경

 

구름을 뚫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 우린 아름다운 '백두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백두산' 정상은 구름 한 점 없었고, 우린 '천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천문봉(天文峰)'을 향해 전진했다.